최근에 유럽을 다녀왔다.
파리에서 식사는 한 접시에 보통 15유로에서 20유로 정도였다. 1유로에 1,500원 정도였으므로 2만2천원에서 3만원 정도인 셈이다.
런던은 파운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더 비싸다. 1파운드는 1,700원 정도였다.
최근 우리나라 물가가 많이 올랐다고 하지만 일반적인 대중음식점에서 식사는 1만 원대인 것을 생각하면 아직 우리나라의 외식비용은 이들 나라에 비해 저렴한 셈이다.
파리의 샹젤리제는 루이뷔통, 까르띠에 등 명품샾이 즐비한 거리다. 당연히 그거리의 식당은 가격이 더 비싸다. 그래서인지 햄버거 가게인 ‘파이브가이즈’ 앞에 줄이 길게 서 있었다.

 

글로벌 시대에 살고있는 우리로서는 우리의 돈 가치가 외국 돈 가치와 비교되고 연동되거나 영향을 받는 일을 많이 경험하게 된다.
개인으로서는 해외여행을 하거나 송금을 할 때나 피부로 느끼겠지만 기업이나 국가는 해외 거래, 수출입 등에 있어 매우 빈번하게 일어나는 민감하고 중요한 요소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의 화폐가 다른 나라의 화폐와 교환되는 비율을 환율이라 하는데 결국 화폐간 가치를 의미한다 할 수 있다.
환율은 보통 외국 화폐와 원화의 교환비율로 표시하는데 우리나라는 16일 기준 1,335원이고 유로는 1,439원, 파운드는 1,683원이다.

 

 

환율이 오르면 즉 달러가치가 오르고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외국으로 간 여행객은 더 많은 돈을 지출해야 된다. 한국에 온 해외 여행객은 지출 부담이 적어질 테니 해외여행은 감소하고 한국을 찾는 여행객은 증가할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통상 달러기준으로 계약과 결제를 할 것이기 때문에 수출기업은 더 많은 수입을 얻게 되고 수입기업은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 수출기업은 더 단가를 낮출 여력이 생기고 수입기업은 비용상승의 압박을 받게 된다. 
국가 전체로는 수출 증대로 무역수지가 개선되는 효과를 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
환율이 내리면 즉 원화가치가 상대적으로 달러에 비해 오른다면 반대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미국이 대규모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일본이 엄청난 무역흑자를 기록하던  1985년 주요 5개국 재무장관은 이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환율을 조정하였다. 일본은 3년 사이 1달러당 엔화 가치가 240엔에서 120엔으로 100% 상승했다. 이 <플라자합의> 이후 엔고로 수출이 감소하고 버블이 발생한 일본은 그 후 버블이 붕괴되면서 흔히 ‘잃어버린 10년’이라 부르는 장기 침체를 겪었다. 
우리나라는 1997년 IMF 외환위기 때 900원대 환율이 2,000원까지 치솟았다. 부작용과 고통도 있었지만 덕분에 수출이 증가하고 무역수지가 흑자를 기록하면서 위기상황에서 조기에 탈출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환율은 오르는 것이 좋은 것일까?
물론 수출 증가와 무역수지 개선 효과는 있다. 하지만 수입 가격이 올라 물가 상승요인이 되고 수출원가 상승에도 영향을 미치며 여행과 송금에도 불리해지고 국가채무부담 증가와 외국인 투자 감소 등 문제도 있기 때문에 섣불리 단정 지을 수는 없는 일이다.

 

최근 국가별 경제규모에서 세계 3위의 순서가 바뀌게 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2010년 이후 세계 3위를 유지하던 일본이 독일에 밀려 4위로 내려앉게 되었다. 그 주된 요인은 경제성장율이 아니라 최근의 엔저 현상 즉 환율 때문이다. 
환율이 오르면 명목 GDP를 줄여서 국가경제순위를 떨어뜨리기도 한다.

 

명목 GDP나 1인당 GDP는 문제점이 있다.
1인당 GDP 금액에서 프랑스와 영국은 우리나라보다 꽤 많지만 외식값이 2배나 높은 등 물가가 비싼데 국민들은 그만큼 잘산다고 느낄까 싶은 것이다.
그래서 GDP를 물가를 반영한 구매력(Purchasing Power Parity)으로 환산한 구매력 평가 1인당 GDP라는 개념을 많이 사용한다.
이 GDP(PPP)로 평가하면 이미 우리나라는 2018년부터 일본을 넘어섰다.
일제의 식민지 치욕을 경험했고 일찌감치 선진국으로 훨씬 앞서가던 일본을 앞질렀으니 감격적인 일이다. 곧 명목 기준으로도 앞서길 기대한다.

 

최근 몇 년간 코로나에 이어 원자재가격 상승, 고금리, 우크라이나 전쟁 등 우리 기업과 경제를 괴롭힌 악재들이 줄을 이었다.
올해는 그런 악재들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는 한 해가 되어 모든 기업의 CEO들이 밝은 얼굴을 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 

 

[김태원. 메가인포경영자문그룹 본부장]
ktw8615@naver.com

* 본 칼럼은 연합투데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저작권자 © 연합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